경기 침체, 경영인이 알고 있어야 할 도산 제도
박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광주지방변호사회 제2부회장
자영업 대출액이 1033조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4년 전 700조에 못 미치던 규모에 비해 50% 이상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과 가계부채, 물가 상승, 경기 침체와 맞물려 경제 위기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비단 자영업자들만의 문제일까. 기업 역시 같은 문제로 고통받고 있고, 국가채무 확대로 코로나 기간 정부 차원의 채무변제 유예 정책이 조만간 종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도 예측된다.
이러한 경제 상황은 법률사무소에 의뢰되는 사건의 종류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각종 미수금(물품 대금, 공사대금 등) 청구, 부동산 계약 해지·해제 관련 청구, 횡령·사기 관련 형사 고소·고발 등 경제사정이 열악해지면서 증가되는 부류의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한다.
특히 주목되는 변화는 개인회생파산뿐만 아니라 기업 회생파산이나 일반회생(채무 규모가 과다해 개인회생이 불가한 사건) 관련 상담과 선임이 늘어나는 것이다. 일반회생의 경우 전문직 의뢰인이 생겨나고 있고, 아마도 국가 정책으로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한 일정 규모 이상의 채무를 지게 된 전문직들에게 경기 침체의 여파가 먼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것은 오랫동안 건실한 기업이나 자영업체를 운영해 왔음에도 이처럼 국제 정세나 코로나로 인한 예기치 못한 이상 상황에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규모의 거래처가 확보되어 있고, 일정 매출이 담보됨에도 불구하고 자재나 인건비 폭등으로 근래 몇 년 적자를 내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오랜 기간 관련 업종에서 독자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지역 경제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채권자들로서도 사람(人)이나 기업(法人)에 대한 신뢰라는 바탕에 현실적인 적정한 채무변제의 이익(효용)에 대한 판단이 선다면 그러한 자영업체나 기업에 회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안다. 물론 원채권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없으므로 달가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채권자들에게 사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최대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법원은 해당 자영업자(업체)나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하고, 제대로 운용이 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채권자들의 이해를 십분 반영하여 변제율을 결정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에 근거가 되는 자료들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충실히 설명하고 제출해야 한다. 경영계획이나 자금 투여 방안 등 자구 노력에 대한 계획도 충실히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회생이 불가한 경우에는 파산절차를 통해 청산절차를 깔끔히 마무리해야 한다. 채무자로서는 절차 개시의 효과로 채무변제 강제나 체납처분 등 절차를 일단정지시킬 수 있어 반드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편파 변제 등을 이유로 한 다수 채권자들의 각종 소송행위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자영업체나 기업을 위해 노무, 물품, 금전 등을 제공해 준 채권자들이므로 공정하고 공평하게 잔여재산을 분배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져야 한다. 이는 비단 민·형사상 책임을 걱정해서만 은 아니다. 힘들 때라도 끝까지 사업에 마무리를 짓는 것은 경영인의 책무이고,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고자 할 때 주변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